시장.
서울 살 때는 동네 시장을 가거나 대형마트를 가는 것에 크게 의미를 둔적이 없는 것 같다.
어릴 적 가던 답십리 현대시장은 늘 바쁘고 사람이 많은 곳이었다.
가장 맛있는 간식도 있는 곳이고 그중 특히 tv에도 방영된 달인 군만두는 40여년이 흐른 지금도 단골집이다.
시간이 지나 대형 마트들이 생겨났고 이마트나 롯데마트등 쾌적한 환경에서 장보는 것에
익숙해진 터였다.
당시 중장비 일을 하면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생활이 싫었던 나는 의류 장사에 도전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사업은 큰 어려움을 맞게 되었다.
이후 서른 살 무렵 충주에 정착하게 되었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중장비 일을 시작하면서 충주에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이다.
시골은 거의 민속장이 서기 마련이다. 충주에 살면서 5일장에 가니 참 좋았다.
사람 사는 맛도 나고 농산물은 싱싱했고, 가격도 정직했다.
제주살이를 하러가니 제주에도 지역마다 5일장이 있었다.
제일 큰 제주시 민속오일장 참 물건도 많고 사람도 많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도 제주 오일장 풍경이 여러 번 등장했는데, 드라마 속 노래였던 '위스키 온 더 락'을 흥얼거리며 장터를 둘러보던 기억도 난다.

제주5일장
제주살이를 하면서 오일장은 늘 들러야 되는 곳이었다.
서귀포에 머물면서도 제주시 또는 한림 세화 표선등 오일장 열리는 날짜에 맞춰서
근처 관광지도 구경하고 시장구경도 하면서 식재료를 구입하고 늘 생활속에 있었다.
가장 많이 구입힌 식재료중 갈치는 정말 육지와 비교하면 말도 안되게 저렴했다.
처음에는 “수입이예요?”하고 물어 봤더니 아주머니가 “여기 제주도에요~~”이랬다. 하하.
암튼 한번 가보시라 가격에 놀라고 맛에 놀란다.
하나로 마트 친숙한 이름이다. 제주도 하나로 마트는 특히나 크고 좋다. 늘 가까이 있는 식료품 창고이니 말이다.
그중 한림에 있는 수협 하나로마트 수산물직매장 갈치와 활어회는 정말 믿을만 하다.
나는 제주에 머물때면 갈치를 사서 낚시하러 간 바닷가나 집 근처 검은여 바닷가에서 갈치를 구워서
소주 한잔하곤 한다. 푸짐한 관광식당 갈치조림이나 구이에 비교하면 소박하지만 찐 제주맛은 이런게 아닐까 한다.
먹어봐야 맛을 안다.특히나 집안에서 구우면 냄새가 베어서 밖에서 먹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림에 머물 일이 있다면 갈치구입하고 바닷가에서 구이로 소주한잔 곁들여 보시길 권한다.
4~5만원짜리 갈치 한 마리면 둘이서 끝장나는 안주와 반찬으로 기억 될 것이므로.
제주오일장마다 조금씩 규모가 다르지만 그때그때 제철 식재료와 해산물은 내 식욕을 늘
끌어 올려 주었다.
모슬포항에 오일장 날짜에 가서 동네구경도 하고 시장도 가고 모슬포항 입구에
“홍성방” 중식당에서 맛본 짜장면 군만두는 일품이었다.가보세요 찐맛집임.
달력.
제주 오일장은 매일 열리는 것이 아니라 날짜가 정해져 있다. 처음에는 날짜를 몰라 허탕을 친 적도 있었다. 그래서 휴대폰 달력에 오일장 날짜를 표시해 두고 일부러 장날에 맞춰 움직이곤 했다.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마을 분위기부터 달라진다. 평소보다 차량도 많아지고 사람들도 북적거린다. 마치 작은 축제가 열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겨울철에는 귤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봄이면 마늘과 채소들이 가득했다. 계절마다 시장에 나오는 품목이 달라지는 것을 보는 것도 오일장의 재미였다. 제주 사람들의 생활이 계절에 따라 어떻게 흘러가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제주 방언이 자연스럽게 들려온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자주 다니다 보니 억양만 들어도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상인 어르신들의 넉넉한 웃음도 제주 오일장의 매력 중 하나였다.
어릴 적 시장에 가면 어머니 손을 꼭 잡고 따라다녔다. 시장 입구에서 풍기던 군만두 냄새와 떡볶이 냄새는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지금 제주 오일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린 시절 현대시장에서 느꼈던 정겨움이 문득 떠오르곤 한다.
생각해 보면 내가 좋아했던 것은 시장 자체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시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상인들의 정겨운 말투, 계절마다 달라지는 식재료와 소소한 일상이 좋았던 것 같다.
대형마트처럼 깔끔하고 편리하지는 않지만, 제주 오일장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있다.
아마도 여행자로 머물던 내가 제주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가장 가까이 들어갔던 곳이 바로 오일장이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