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충주에서 공인중개사로 일한다. 제주 현지 중개사도 아니고, 제주에 사무실을 낸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자꾸 제주 이야기를 쓰게 되는 건, 서귀포 보목동에 작은 빌라 한 채를 마련해두고 육지와 섬을 오가며 살다 보니, 이 섬에 집 한 채 마련한다는 게 얼마나 다른 무게로 다가오는지를 몸으로 겪었기 때문이다.
제주는 이상하게도 그렇다. 바다가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은 무리를 한다. 대출을 더 받고, 전세보증금을 낮추고, 방 하나가 작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그런 사람들의 마음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육지에서, 그것도 나처럼 충주 같은 내륙 소도시에서 온 사람들이 섬에 뿌리를 내리려 할 때, 조금이라도 숨 쉴 틈을 만들어 줄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
그런 의미에서 최근 제주도가 내놓은 몇 가지 주택지원 사업들은, 적어도 '숨 쉴 틈' 하나쯤은 만들어주는 것 같다.

신혼부부의 첫 집, 하영드림
'하영'은 제주 말로 '많이'라는 뜻이다. 하영드림 주택마련 지원사업은 이름 그대로 신혼부부와 출산 가구(7년 이내)에게 조금이라도 많은 꿈을 보태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주택 구입자금 대출을 받은 경우 이자를 최대 1.5%까지 지원해주는데, 전용면적 85㎡ 이하에 6억원 이하 주택이라는 조건이 붙는다. 2026년 예산으로 29억원이 새로 편성됐다.
숫자로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매달 이자 몇만 원이 줄어드는 게 실제로 얼마나 큰지는 대출 서류에 도장을 찍어본 사람만 안다. 보목동을 오가며 만난 신혼부부 몇몇도 딱 이 지점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여기 좋은 건 알겠는데, 이자가…" 하고 말끝을 흐리던 표정들이 아직 기억에 남는다.
빈집이 다시 사람을 품는다는 것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이 가는 사업은 '빈집 리모델링 지원사업'이다. 제주 곳곳에는 주인 잃은 집들이 많다. 마당에 잡초가 무릎까지 자라고, 창문 틈으로 바람이 드나드는 그런 집들. 도는 이 빈집 소유자가 5년 이상 무상으로 임대를 내놓으면, 리모델링을 해서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쓰고, 기간이 끝나면 다시 소유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을 시작했다. 채당 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된다.
빈집이 방치되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결국 그 집도 누군가 살았던 온기가 있던 곳이다. 그 온기가 다시 채워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단순히 '주택 공급'이라는 행정 용어로만 설명하기엔 아까운 일이다. 인구가 빠져나가는 섬에서, 비어버린 자리에 다시 사람이 들어와 산다는 것 자체가 조용한 위로처럼 느껴진다.
청년에게 필요한 건 큰 집이 아니라 작은 여유
3만원 주택사업이나 청년 월세 지원 같은 제도들은 금액만 보면 소박하다. 하지만 자취를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대단한 것이 아니다. 한 달에 몇만 원의 여유, 그거면 충분히 숨통이 트인다. 커피 한 잔 덜 참아도 되고, 부모님께 손 벌리는 횟수가 한 번 줄어드는 것. 그 정도의 여유가 결국 이 섬에 더 오래 머물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중년의 집 구하기는 조금 다르더라
신혼부부나 청년들과는 결이 다른 사람들도 있다. 은퇴를 앞두거나 막 은퇴한 중년층, 소위 '세컨하우스'나 노후 정착지를 알아보러 오는 이들이다. 이들의 집 구하는 방식을 옆에서 지켜보면 확실히 다르다.
우선 서두르지 않는다. 한 번 임장 와서 계약하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 계절을 바꿔가며 두세 번씩 같은 동네를 다시 찾아온다. 여름의 제주와 겨울의 제주가 얼마나 다른 얼굴을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바람이 세다는 서쪽 동네는 특히 그렇다. 한 번은 좋다고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태풍철에 다시 와보고는 마음을 접은 분도 있었다.
대출보다는 현금 비중을 높게 가져가려는 경향도 뚜렷하다. 살던 집을 정리하고 온 자금으로 움직이다 보니, 신혼부부처럼 이자 지원 정책에 목을 매기보다는 등기부등본과 지적도, 그리고 주변 개발계획을 몇 번이고 다시 들여다보는 데 시간을 쓴다. 화북상업지역 지정고시 같은 뉴스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 연령대다. 자신의 남은 시간을 어디에 뿌리내릴지 정하는 일이니,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안다.
그리고 의외로 많은 분들이 '완전히 이사'보다는 '반은 걸치는' 선택을 한다. 육지 집은 그대로 두고, 제주에 작은 집 하나를 더 마련해 오가며 사는 방식. 사실 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충주에 본가를 두고, 보목동에 작은 빌라 하나로 오가는 삶을 택했으니까. 도의 지원사업들이 대개 신혼부부나 청년, 취약계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이런 식으로 두 지역에 걸쳐 사는 이들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옆에서, 그리고 스스로 겪으며 느낀 아쉬운 지점이다.
결국은 사람이 사는 이야기
정책 자료를 읽다 보면 숫자와 조건들만 눈에 들어오기 쉽다. 하지만 그 뒤에는 늘 사람이 있다. 대출 이자 1.5%를 아끼려는 신혼부부, 빈집에 다시 온기를 채우려는 누군가, 월세 3만원이 아쉬운 청년, 그리고 남은 인생의 터전을 신중하게 고르는 중년까지. 충주와 보목동을 오가며 이 이야기들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제주에 뿌리를 내리려는 모든 발걸음이 조금이라도 덜 흔들리길 바란다.
관심 있는 분들은 정부24나 제주 주거복지센터 홈페이지에서 각 사업의 세부 조건과 신청 기간을 꼭 확인해보시길. 지원사업은 마감일이 있으니, 마음먹었을 때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