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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제철 수산물 월별 완전 가이드(봄여름 자리돔·한치의 계절, 가을겨울 방어·갈치의 절정, 제주살이라서 가능한 제철 밥상)

by bluecityman 2026. 8. 15.



제주에 살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 중 하나가 제철을 몸으로 안다는 것이다. 육지에서는 마트에 일 년 내내 같은 생선이 진열되어 있어서 제철이 언제인지 모르고 살았다. 제주에서는 다르다. 시장에 없으면 없는 것이고, 나오기 시작하면 온 동네가 그 생선 이야기를 한다. 계절이 바뀌면 밥상이 바뀐다. 그 리듬이 제주살이의 묘미다.

제주는 쌀농사가 거의 없는 섬이다. 화산토 지형 특성상 논농사에 적합하지 않아 예로부터 밭작물과 수산물 중심의 식문화가 발달했다. 보리밥과 생선, 해산물이 제주 밥상의 뿌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만큼 수산물의 종류도 다양하고 계절마다 올라오는 어종도 확실히 구분된다. 제주에 살기로 했다면 이 제철 달력을 머릿속에 새겨두는 것이 좋다.

 

한치회
한치회



## 봄여름 — 자리돔과 한치, 제주 여름 밥상의 주인공

봄이 오면 제주 바다에서 가장 먼저 반기는 어종이 자리돔이다. 5월부터 8월까지가 제철로 제주에서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생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뼈째 먹는 자리물회는 여름 제주살이의 필수 경험이다. 자리돔은 주로 서귀포 보목항 인근에서 많이 잡히는데 이 시기 서귀포 쪽 수산시장이나 오일장에 나가면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직접 구매해서 물회로 만들어 먹으면 식당에서 먹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다.

여름 제주 밥상에서 내가 가장 즐기는 것은 단연 한치다. 어떤 생선보다도 신선하고 맛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6월부터 8월이 절정인데, 이 시기 제주 방파제에서 직접 한치를 잡아본 사람은 그 맛을 잊지 못한다. 잡는 재미도 있지만 방파제에서 갓 잡은 한치의 싱싱함은 시장에서 산 것과 차원이 다르다. 살아있는 한치를 그 자리에서 손질해 먹는 맛은 제주살이가 아니면 경험하기 어려운 특권이다.

지인들이 제주에 놀러 올 때면 꼭 데려가는 곳이 있다. 제주시에 있는 풍어회센터다. 이곳의 한치회는 깻잎채에 올려 먹는 방식인데, 그 조합이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다. 한치 특유의 달콤하고 쫄깃한 식감이 깻잎 향과 어우러지면 젓가락이 멈추지 않는다. 제주에 온 지인들이 한 번 맛보고 나면 다음에 제주 올 때 또 가자고 먼저 이야기할 정도다.

 

한치비빔밥
한치비빔밥



## 가을겨울 — 방어와 갈치, 제주 겨울 밥상의 절정

제주 수산물의 하이라이트를 꼽으라면 단연 겨울 방어다. 11월부터 2월까지 제주 모슬포항에서 잡히는 방어는 전국 미식가들이 제주를 찾게 만드는 이유다. 찬 바닷물에서 기름이 오를 대로 오른 방어는 육지에서 먹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풍어회센터의 겨울 방어는 직접 먹어봐야만 아는 맛이라 말로 설명하기가 참 곤란하다. 기름진데 느끼하지 않고, 두툼한데 질기지 않다. 그냥 먹어봐야 안다. 제주에 살고 있다면 이 시기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갈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제주 갈치는 계절에 관계없이 늘 맛있다. 제주에서 갈치를 먹고 난 후로는 육지에서 갈치를 거의 먹지 않는다. 입이 참 간사해졌다. 채낚기 방식으로 잡은 제주 은갈치는 비늘이 그대로 살아있고 육질이 단단하다. 구이로 먹으면 껍질이 바삭하게 구워지면서 속살이 촉촉하게 익는다. 한번 맛을 알고 나면 다른 갈치는 갈치가 아닌 느낌이 든다.

저녁에 술 한잔 걸친 다음 날 아침이면 올레시장에 들러 해산물 만 원어치를 사다가 짬뽕을 끓인다. 해산물 가게 할망께서 만 원이면 푸짐하게 챙겨주신다. 새우, 오징어, 조개가 가득 든 해산물 짬뽕 한 그릇이면 그날은 완벽하다. 제주살이가 아니면 만 원으로 이런 호사를 누리기 어렵다. 이것이 제주에 사는 이유 중 하나다.


## 제주살이라서 가능한 제철 밥상 — 봄부터 겨울까지 달력

제주살이의 제철 수산물을 월별로 정리하면 이렇다. 1~2월은 방어와 옥돔, 3~4월은 봄 광어와 소라, 5~6월은 자리돔과 전복, 7~8월은 한치와 문어, 9~10월은 갈치와 고등어, 11~12월은 다시 방어와 옥돔이 제철이다. 제주에 살면 이 달력대로 밥상이 자연스럽게 바뀐다. 억지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나가면 그 계절의 수산물이 가장 싱싱하고 가장 저렴하게 나와 있다.

제주는 쌀이 나지 않는 대신 바다가 밥상을 채워준 섬이다. 제주 토박이들이 보리밥에 자리젓 하나로 한 끼를 해결하던 시절부터 이어온 식문화가 지금도 살아있다. 제주살이를 선택한 사람이라면 이 제철의 리듬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밥상이 훨씬 풍성해진다. 봄에는 자리돔, 여름에는 한치, 가을에는 갈치, 겨울에는 방어. 이 네 가지만 기억해도 제주살이 밥상의 절반은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