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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여행 제주도 한달살이 후기 4편( 법환동,야엔낚시,하루)

by bluecityman 2026. 6. 13.

법환동.

법환동 펜션에서 한 달이 지나고 어느새 1월이 되었다.

원래는 한 달만 머물 계획이었지만, 이곳 생활이 생각보다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펜션 주인아주머니께 말씀드렸다.

"아주머니, 저희 2월까지 더 있을게요."

그 말을 듣자마자 아내가 나를 째려본다.

왜냐고?

아내는 1월 말쯤이면 서울로 복귀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2월 말까지 별다른 일정이 없었다. 그저 제주에서 낚시나 실컷 하면서 지낼 생각뿐이었다.

"걱정 마. 나 혼자 씩씩하게 잘 있을 수 있어."

물론 아내는 전혀 믿지 않는 표정이었다.

법환동에서 살면서 좋았던 점 중 하나는 생활하기가 참 편했다는 것이다. 조금만 나가면 월드컵경기장 주변 상권이 나오는데 이마트도 있고 병원도 있고 음식점도 많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빵집도 있었다.

서귀포 이마트 건너편에 있는 시스터 파운드케이크.

파운드케이크 종류별로 거의 다 먹어봤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맛있었다.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빵집은 함덕의 오드랑베이커리였다. 특히 마늘바게트는 제주에 갈 때마다 꼭 먹어야 하는 필수 코스였다.

심지어 서귀포에 살면서도 그 빵이 생각나서 함덕까지 왕복했던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빵 하나 먹겠다고 제주를 반 바퀴 돈 셈이다.

야엔.

그 무렵 나는 무늬오징어에 완전히 빠져 있었다.

처음 생미끼 야엔낚시를 배운 곳은 위미항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제주 현지인 동생에게 전갱이 잡는 법부터 야엔낚시까지 많은 것을 배웠다.

그때부터 전갱이를 잡기 위해 제주도 항구란 항구는 거의 다 돌아다녔다.

법환포구, 보목항, 강정항, 위미항, 대포포구...

하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서귀포항이 가장 꾸준하게 전갱이가 나왔던 것 같다.

야엔낚시는 생각보다 여유로운 낚시다.

전갱이를 미끼로 걸어놓고 기다리는 동안 아내와 치킨에 맥주도 먹고, 소라도 구워 먹고, 라면도 끓여 먹고, 군밤도 구워 먹었다.

먹고 또 먹고.

사실 낚시보다 먹는 시간이 더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제주 겨울은 만만하지 않았다.

바람이 정말 강했다.

차박 텐트까지 구입해서 설치해 봤지만 강풍이 부는 날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텐트가 버티는 게 아니라 내가 버텨야 했다.

결국 가장 따뜻한 방법은 차 안에서 귤을 까먹으며 입질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귤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우리 집 아내는 귤을 정말 좋아한다.

겨울만 되면 하루 종일 귤을 먹는다.

법환동 근처 귤 가게에서 박스로 사다 놓고 먹고, 서울과 충주에 택배도 보내고.

귤, 천혜향, 레드향, 황금향, 한라봉까지 종류별로 다 먹어봤다.

그중에서도 내 입맛에는 역시 한라봉이 최고였다.

어느 날 귤을 까먹다가 아내가 말했다.

"여보, 나 제주가 너무 좋아."

"특히 서귀포는 겨울에도 따뜻해서 좋네."

"상추도 겨울 내내 안 얼어 죽잖아."

그러더니 한마디를 더 한다.

"우리 나이 먹으면 서귀포 와서 살자."

"그러니까 땅 조금만 사두면 안 될까?"

순간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이미 아내는 제주에 푹 빠져 있었던 것 같다.

가끔은 이중섭거리도 걸었다.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와 골목길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이중섭 화가의 거주지를 둘러보면 작은 방 하나에서 그렇게 큰 감동을 주는 작품들이 탄생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법환동 근처 서건도 카라반 캠핑장도 자주 찾았다.

날씨 좋은 날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 풍경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돌이켜보면 법환동에서의 겨울은 낚시와 귤, 바람과 바다, 그리고 아내와의 소소한 대화로 가득했던 시간이었다.

하루.

제주 한달살이를 시작할 때는 그저 여행을 조금 길게 하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행이 아니라 삶이 되어가고 있었다.

제주의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 바다를 보고, 시장에 가서 장을 보고, 날씨가 좋으면 낚시를 가고

바람이 불면 하루 쉬어가는 생활.

특별한 일이 없어도 하루가 금세 지나갔다.

유명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것보다 동네 빵집에 들르고, 귤 한 박스를 사다 놓고 먹고, 저녁이면 바다를 보며 산책하는 평범한 일상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제주 한달살이의 진짜 매력은 관광이 아니라 제주 사람들처럼 살아보는 경험인지도 모른다.

그 겨울 법환동에서 보낸 시간은 낚시와 귤, 그리고 아내와의 추억으로 가득했다.

지금도 겨울이 되면 서귀포의 바람 냄새와 귤 향기가 문득 떠오른다.

그리고 그때 아내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우리 나이 먹으면 서귀포 와서 살자."

그 말은 농담처럼 들렸지만, 어쩌면 우리 부부가 제주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겨울이 되면 문득 법환동의 바람 냄새와 서귀포 바다가 생각난다.

서귀포는 겨울도 대부분 따뜻한편이다.그런데 그해는 유난히 눈이 많이왔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면 어디를 갈수가 없으니 따뜻한 방안에서 멀리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고 하늘을 바라보는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러다 곰이 되는건 아니겠지?펜션이 겨울잠자는 곰의 동굴도 아니고 며칠씩이나 군밤,군고구마나먹고 있으니.

그러다 시간이 조금 흐른후에 난 진짜로 제주도 곰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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